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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번역] 카토모코

참깨빵 위에 순 쇠고기 패티 두 장, 특별한 소스와 양상추 2018. 11. 24. 02:05



ss 원본 링크 :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9448410





 '오늘 하루도 열심히... 이거 이제 그만둘까, 오래됬으니까.'


 그 날도 쿠로키 토모코는 평소처럼 등교해서, 평소처럼 교실에 들어가서, 평소처럼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앉은 순간 평소처럼, 앞 자리에 앉는 반 친구가 몸을 돌려왔다.


 "쿠로키, 안녕."

 "앗, 아, 안녕..."


 그리고 평소처럼, 아침 인사에 대답하면서 말을 더듬었다.

 또 이런다. 혀를 차고싶어지는 충동을 억누르고, 표정은 애교있게, 적어도 그 노력이 전해질법한 표정을 짓는다. 방긋, 하고.

 그렇게 지은 표정은, 아마도 자기 자신의 얼굴이 아니었다면 '와, 뭐야 이 추녀.' 라고 말해지고 싶어질법한 것이리라.

 보지 않아도 상상이 갈 정도로는, 얼굴의 근육이 경직되어 있다는 자각이 든다.


 그런 얼굴을 보면서도 싫은 티 하나 내지도 않고, 토모코에게 대응하는 반 친구, 카토 아스카는 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직 졸립니? 쿠로키는 저혈압이라도 있어?"

 "어, 그게. 그런건 아니라고, 생각해."


 단지 의자에 앉아서, 미소를 짓고 말을 걸어왔을 뿐이다. 그런데도 이 사람은 어째서 이토록이나 그림이 되는 걸까.

 이 순간의 광경을 그림으로 남겨서 후세에 전했다 하더라도, 그 누구도 너무 나갔다고 느끼지는 않을 것이 틀림없다.

 나도 같은 여자라는 종족인데, 이 차이는 도대체 뭐야!?

 토모코가 그런 생각을 하지만, 이상하게도 질투심은 끓어오르지 않는다.

 오히려 아스카같은 상위에 있는 사람이 가볍게 말을 걸어와서,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는 기분조차 들었다.


 "후후, 어쩐지 기쁜걸. 얼마 전까지는 쿠로키랑 이런 식으로 대화를 나눌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긋, 그렇구나..."


 모처럼 아스카가 말을 걸어주었는데, 어떤 쓸만한 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자신이 싫어지면서도, 이미 나누고 있는 대화에 어떻게든 따라간다.

 토모코는 귀와 입에 모든 신경을 집중시켜서, 머리를 최대한 굴린다. 그야말로, 시험 전날이라도 이렇게 머리를 쓰지 않을거라는 정도로.


 봄의 소풍 이후로, 아스카는 토모코에게 자주 접해오게 되었다.

 미인에 상냥하고 밝아서, 마치 엄마같이 타인을 신경써주고, No.1 접대녀처럼 상대방의 기세를 살려준다.

 그런 아스카에게, 토모코는 변함없이 안절부절 못하는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이게 유리같은 아싸였다면, 자신과 같은 타입이라는 걸로 이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았으리라.

 아니면 히나같이 본성을 알고 있는 상대라면, 검은 일면을 알고 있으니까 역시나 신경쓰지 않았다.

 아스카는 어느쪽도 아니다. 지금까지 토모코는 아스카의 어두운 면이나 못된 부분을 본 적이 없다.


 토모코의 눈에는 완벽초인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카토 아스카라는 소녀.

 그녀가 자신에게 상냥하게 대해준다, 신경을 써준다.

 물론 묘한 오해를 하지 않도록, '나에게만 친절한게 아니라고! 씹덕에게조차 상냥한 카토라고!' 그렇게 자신에게 들려주고 있지만.

 그럼에도 최근의 토모코는, 아스카가 관심을 주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무척 좋아지고, 그녀에게 이상하다고 생각되지 않도록 최대한의 배려를 하게 되어 있었다.


 "있잖아, 또 네일 해줘도 될까? 아니면 화장을 해줄까?"

 "사, 사, 살살 해준다면..."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되는데. 잡아 먹으려는게 아니니까."


 그렇게 말하고 후후 미소를 짓는 아스카.

 평소에는 똑바로 크게 뜨여서, 아름다움과 강한 의지가 느껴지는 쌍꺼풀과 눈동자가, 지금은 만면에 희색을 띠며 가늘어진다.

 언제나 누구에게나 친절한 아스카지만, 토모코 상대로는 특히 즐겁게 대해준다. 그런 기분이 든다.

 토모코 자신은 아스카와 자주 이야기를 나누게 되면서 눈치챈 것이지만.

 아스카가 토모코에게 짓는 미소는, 다른 반 친구들에게 짓는 것과도, 오카다 아카네같은 절친 상대로 짓는 것과도 다르다. 그렇게 느낀다.

 단순한 자의식 과잉인지도 모르지만, 그럼에도.


 '아니, 하지만 이렇게 신경써준다는건, 아주 조금이라도 무언가 생각하는게 있다는거 아니야?'


 자신같은 인간을, 어쩌면 특별하게 대해주고 있는 아스카.

 그런 아스카에게, 토모코 자신이 특별한 무언가를 느끼기 시작하고 있다. 묘한 착각을 하지 않도록 자제를 하고 있지만, 그 자각이 없는 채로.

 단지 옆에서 보면 알기 쉬울 정도로 고무되어 있다는게 확연해서.


 "안녕 아스카."

 "아, 안녕 아카네."

 "앗..."


 그렇게, 한동안 대화같은걸 주고 받고 있자니, 반 친구이며 아스카의 절친인 오카다 아카네가 등교했다.

 아침 인사부터 자연스럽게 아카네와 아스카의 잡담으로 넘어가서, 어쩐지 토모코는 그 사이에 합류할 수 없었다.

 애시당초 지금의 흐름에 녹아들 정도의 친화성이 있다면, 아스카와의 대화도 좀 더 능숙하게 할 수 있을텐데.


 "안녕, 쿠로키."


 그리고 아스카와의 대화가 끝난 순간, 다른 방향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느새인가 등교한 모양인, 우측 앞자리에 앉은 타무라 유리로부터였다.


 "아아, 안녕."


 이녀석 언제부터 있던걸까. 조금도 의식하지 못했으니까,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혹시 꽤나 이전부터 있었다면, 일부러 인사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설마 싶지만, 자신과 아스카의 잡담이 끝날 때까지, 인사하는걸 기다리고 있던 걸까.


 '나 참, 아싸의 생각은 잘 모르겠군.'


 자신을 더 위에 두면서 잘난듯이 생각하는 토모코.

 그런 생각을 간파한 걸까, 유리가 눈을 게슴츠레 뜨면서 평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간다.


 "...어쩐지 카토랑 인사했을 때랑 다르지 않아?"

 "뭐?"


 갑자기 무슨 소리야, 이녀석은. 그렇게 토모코는 어처구니가 없다는 시선으로 유리에게 대항한다.


 "그치만 카토랑 대화할때의 쿠로키, 어쩐지 조금 신나있었는데. 나랑은 그러지 않았으니까."

 "딱히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평소같지 않아?"

 "...자각이 없구나."


 질렸다는 듯한 유리의 모습에, 토모코는 조금 기분이 나빠지며 "뭐?" 라고 반응한다.

 그러나 그 대답을 유리는 말하지 않고, 가볍게 한숨을 쉬더니 시선을 돌려버렸다.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 대답 그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다. 그보다도, 유리가 토모코 상대로 제대로 대화를 나누려하지 않는 것에, 뭐라고 할까.


 '네가 말 걸었잖아! 무시하지마, 너는 그런 면이 말이지!'


 유리의 태도에 불쾌감이 보다 강해지는 토모코.

 꽤나 사이가 좋다고 생각하던 유리로부터의 이 처사에, 어쩐지 분한것 같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감정에 빠져서.

 토모코는 옹고집이 발동해서, 자신부터 유리와의 말을 이어가려는 것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유리의 방금전의 말 속에, 일말의 쓸쓸함과 불안한 감정이 언뜻 보였던 것을.

 토모코는 전혀 깨닫지 못했다.





 "있잖아 쿠로키. 오늘 시간 있니?"

 "어, 어?"


 방과후, 모두가 돌아갈 준비를 시작한 그 때.

 눈 앞의 아스카로부터 갑작스러운 질문에, 토모코는 얼떨떨해졌다.

 덧붙여서 대답 그 자체는 말할 것도 없이 예스다. 토모코가 넣을법한 방과후 예정 같은건, 나루세 유우와 만날 약속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대단한 것도 없으니까.


 "무, 무슨일 있어?"


 그러나 대답은 예스일지언정, 토모코는 약간의 경계심과 함께 대답과는 다른 의문을 입에 담았다.

 아스카의 생각을 읽을 수 없다는 것도 있고, 단순하게 언제나 한가해 보인다고 여겨지기 싫었다는 것도 있다.


 "대단한 일은 아니지만. 쿠로키, 이전에 소풍에서 키홀더를 줬으니까, 그 답례를 하고 싶어서."

 "헤? ...아, 아아."


 답례. 확실히 그 말대로, 토모코는 소풍때 아스카에게 소 캐릭터의 키홀더를 주었다. 그것도 두 번이나.

 하지만 그건 츄러스의 답례와, 저질러버린 실수를 사과하는 의미였다. 답례의 답례는 좀처럼 끝이 안보이게 되버린다.


 "따, 딱히 괜찮은데."

 "으응. 역시 그건 쿠로키가 돈을 내서 구입한걸 받은거니까, 제대로 답례를 하고 싶어."

 "어, 그, 그렇구나."


 응? 하고 웃으면서 살짝 고개를 숙이는 아스카에게, 토모코는 그 이상 부정하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아스카의 말도 일리가 있고, 무엇보다 이건 그녀가 자신에게 호의를 표하는 것일 뿐이다.

 여기서 고집을 부리면, 토모코는 타인의 호의를 받아들이지 않는 고집쟁이라고 여겨질지도 모른다.

 이제와서 다른 반 친구들에게 어떻게 여겨지건 딱히 신경쓰이지는 않지만, 아스카에게 그런 식으로 여겨지는 것은 절대로 싫었다.


 "그, 그러면, 선의에 응석부리기로 할까..."

 "정말? 다행이다."


 정말로, 진심으로 기쁘다는 듯이, 꽃송이가 개화하는 듯한 미소를 짓는 아스카.

 방금전부터 생긋생긋 웃고 있던건 변함이 없는데, 미소에 이토록 종류가 많다는 것에 토모코는 살짝 경악한다.

 그리고 그 미소가, 지금은 자신에게만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어쩐지 득을 보는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면, 오늘은 같이 돌아갈까? 내 집, 모르지?"

 "으에에엑!? 지, 집!??"


 자만스러운 기분은 단번에 날아가버리고, 이번에야말로 진심으로 경악한다.

 답례라니까, 어딘가에서 차를 마시거나 무언가 선물을 받을거라고 생각했다. 설마 상대의 집에 초대받고 있었다니.

 친구의 집에 놀러가다니, 토모코의 인생에서 다망하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다.

 고등학생이 되고 처음일지도. 그런 자신이, 아스카같은 인간의 집에 실례하다니, 황송하다는 생각조차 든다.


 "아니아니아니, 그, 그런 황송한 일은..."


 그리고 입밖에 꺼냈다.

 토모코의 크게 당황하는 모습에 처음에는 눈을 깜빡이던 아스카였지만, 그 말을 듣고 쿡쿡 웃음 소리를 내며 웃기 시작한다.


 "황송하다니. 과언이고 너무 신경쓰는거야."

 "아니, 하지만..."


 아으아으 하고 말같지 않은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이대로는 아스카의 후광이라는 이름의 빛의 오러에 삼켜져서, 상대가 말하는 대로 하게 되버릴 것 같다.

 아니, 오히려 거기에 무슨 문제가 있는거야? 단지 친구의 집에 갈 뿐이... 아니아니, 나같은게 아스카랑 친구라고 말해버려도 되는거야?

 혼란에서 출구가 없는 바다에 들어가버린 토모코의 생각이었으나.


 쾅!


 "으억!?"


 갑자기 가까이서 커다란 소리가 울려퍼져서, 갑자기 현실로 돌아온다. 눈앞의 아스카도 깜짝 놀란 모양이라, 즉 그녀가 낸 소리는 아니다.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거기에는 똑바로 등골을 펴고 자리에 서있는 유리의 모습이.

 방금전의 커다란 소리는 유리가 힘껏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의자가 뒷자리의 책상에 부닥친 소리였던 모양이다.

 뒷자리에 앉는 히나와, 그 옆에 서서 히나와 이야기하던 아카네도 멍하니 유리를 보고 있었다.

 주변의 시선은 신경쓰지도 않고. 유리는 토모코에게 시선을 준다.


 "쿠로키. 오늘은 카토네 집에 가는거지?"

 "어, 아니, 아직 정해진건"

 "그러면 카토랑 같이 돌아가는구나. 나는 방해하지 않는게 좋을테니까, 오늘은 먼저 돌아갈게."


 그것만을 남기고, 대답은 필요 없다는 듯이 냉큼 교실을 나가버린다.


 "아, 유리!"


 멍하니 사태를 지켜보던 다나카 마코가, 정신을 차리더니 서둘러 유리를 쫓아간다.

 남겨진 것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며 교실의 출구를 응시하는 네 사람과, 그리고 미묘한 분위기.


 "...이, 이야~. 무슨 일이지?"


 조금 뒤, 간신히 정신을 차린 토모코가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말해본다.

 토모코 자신은 유리의 너무나도 의외스러운 행동에 머리가 아직 정리되지 않았지만, 어쨌든 경직 상태에서 탈피하기 위해 목소리를 내보았을 뿐이다.

 왜 저런 행동을, 그런 이유를 알 리가 없다.


 "...조금 과하게 놀린거려나?"


 단지, 아스카는 무언가 눈치를 챈걸지도 모른다.

 조금만 웃으면서 중얼거린 그 말, 하지만 토모코는 무슨 의미인지 잘 모르겠다.


 "어, 어? 지금, 뭐라고"

 "으응. 딱히 아무것도 아니야."


 확인하려고 입을 열어도, 곧바로 아스카 자신에게 부정되어 버린다.

 놀렸다, 는 의미가 신경이 쓰였지만, 그 이상 추궁해도 아스카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 의문은 불식시키는 수밖에 없다.


 "그러면 가자, 쿠로키. 아카네, 네모토, 내일 또 보자."

 "어, 아아."

 "으, 응. 내일 또 보자."


 아직도 뜨악하고 있던 아카네와 히나를 남겨두고.

 아스카는 토모코의 손을 가볍게 쥐고, 그대로 잡아 끌듯이 교실에서 나간다.

 그녀로서는 드물게도, 조금 강제적인 행위였다. 아스카의 절친인 아카네가, 저런 친구의 모습은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는.


 '어!? 이거 손 잡고 있는거야!?? 부드러웟, 피부 매끌매끌해!! 뭐야 이 손만으로도 기분 좋아!!'


 그러나 토모코는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다녀왔습니다."

 "시, 실례합니다..."


 아스카에게 이끌려서, 전차를 갈아타며 찾아온 카토댁.

 가족 네 사람이 불편함 없이 지내는 정도로는 넓은 쿠로키 가족의 집보다도, 보다 큰 교외의 외딴집.


 '역시 태생이 좋으니까 잘 성장했다는 건가?'


 부모님들이 들으면 화내거나 울거같은 생각을 하면서, 토모코는 안내받은 거실을 마음껏 둘러본다.

 방금전에 아스카는 '다녀왔습니다.' 라고 말했지만, 대답은 없었으며 사람의 기척도 없다. 다녀왔다는 인사는 단순한 습관이고, 지금은 집에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노골적으로 자신의 집을 평가하는 듯한 행위에도 기분이 상한 모습도 없이, 아스카는 재빠르게 준비한 차와 과자를 테이블에 두었다.


 "이런 답례라 미안하지만. 이 과자, 해외의 유명한 브랜드 과자래. 부디 먹어줘."


 아스카는 이런 답례라고 했지만, 백자 그릇에 담긴 과자나 초콜릿은, 어지간한 곳에서는 볼 수 없을법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평소 편의점의 초콜릿이나 과자하고만 친한 토모코가 보자면, 아스카가 준비해준 것이라는건 초콜릿님이라고 말하고 싶어지는 물건이었다.

 토모코의 긴장을 느낀건가, 아스카는 미소지으며 상냥하게 말을 건다.


 "그렇게, 긴장하지 않아도 돼. 편하게 해줄래?"

 "네엣! 개, 갠차나여!"


 전혀 괜찮지 않다.

 애시당초 손님이라는 입장인데, 토모코는 아직도 어디에 앉으면 좋은지도 모른채로, 입구 근처에 우두커니 서있다.

 그런 모습에 쓴웃음을 지으며, 아스카는 테이블 정면에 배치되어 있는 세련된 디자인의 소파를, 손바닥을 위로 향하며 가리켰다.


 "손님, 부디 이쪽으로 와주세요."

 '아니 이거 완전히 노련한 접대녀의 접객 모션 아니야!? 모르긴 해도!'


 정말로 그런 '가게' 에서 서비스를 받는 기분이 되어가면서, 토모코는 쾌적해 보이는 두 사람용 소파에 천천히 앉았다.

 아스카는 소파와 이웃한, 일인용 의자에 앉아 있다.

 엉덩이로 느끼는, 생각한 그대로의 부드러운 그 감각과는 대조적으로, 토모코의 몸은 변함없이 딱딱하게 굳어져있는채이다.

 권유받아 손으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간 초콜릿도, 과한 긴장으로 맛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초콜릿의 안쪽에서 부드러운 시럽같은게 흘러나오는 것 같지만, 그것과 초콜릿의 맛의 차이조차 판단이 가지 않는다.


 "어때? 쿠로키의 입에 맞으면 좋겠는데."

 "어어, 응. 맛있, 어."


 과연 이 국면에서는 사교적인 말을 꺼낸다. 그 정도의 상식은 토모코라해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솔직히, 맛있는 과자를 즐길 여유같은건 없고, 오히려 식욕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달콤한 간식은 정말 좋아할 터인데, 그 이상으로 눈부신 존재인 아스카의 기에 눌려서.

 자신같은 존재에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그녀에게 만큼은, 더 이상 실수하고 싶지 않아서.

 토모코는 완전히 이 장소의 분위기에 삼켜져서, 단적으로 쫄고 있다.


 긴장으로 입 안쪽은 바싹 타들어가서, 다음 과자에 손을 대지 않는다. 차를 마시려고 컵을 손에 쥐어도, 손가락이 떨려서 컵이 눈에 보일 정도로 부들부들거릴 지경.

 위험해서 입가로 가져갈수도 없다.

 어떡하지 어떡하지 초조해하고 있자니, 그런 토모코를 보고, 아스카는 조금 쓸쓸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미안해 쿠로키, 갑자기 집에 데리고와서. 갑자기 친구도 아닌 사람의 집에 와도, 무서울 뿐이지?"

 "엇!? 악 아니 그런"


 슬프다는듯이 눈썹이 처지면서 고개를 숙이는 아스카에게, 토모코는 허둥댄다.

 이 오해는 곤란하다. 이걸로 아스카가 자신으로부터 멀어져 버린다면. 그리고 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다가온다고 느껴서, 필사적으로 두 손을 저으며 부정의 말을 꺼냈다.


 "그렇지 않아! 초대해줘서 좋았다고 생각하는걸."

 "하지만 쿠로키, 쭉 긴장하고 있지?"


 아스카의 말에, 토모코는 으극, 하고 신음소리를 흘렸다. 역시 긴장해서 뻣뻣하던게 들키고 있던 모양이다.

 어떻게 얼버무릴까. 집에서 남동생이 자신의 방을 뒤져서 반찬거리를 모집하고 있는게 아닐까 걱정되서, 모처럼 초대해 주었는데 신경이 쓰이고 있었다, 라고 말할까.


 전력으로 머리를 회전시켜 변명거리를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눈에 들어온 아스카의 모습.

 그녀는 의자에 앉아 이쪽을 엿보고 있다. 눈썹은 처진채로, 기분 탓인가 몸도 움츠러들어 버린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불안하다는 듯이,


 "쿠로키랑 좀 더 친해지고 싶어서. 그래서 조금 강제로 초대해버렸는데, 민폐였으려나..."


 그렇게 말하는 아스카는,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얼굴이라서.

 학교에서는 밝고 상냥하게만 보였던 그녀로부터, 나약함을 느끼다니.

 그리고 그것은, 토모코가 그녀를 민폐라고 생각하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불안에서 오는 것이라서.


 토모코는 결의했다.

 변명따위 그만두자.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자.

 그게 자신의 자의식 과잉으로 아스카를 불안하게 만들어버린 것에 대한, 최저한의 예의라고 생각하며.


 "이, 있지. 나같은거랑 전혀 다른 카토에게 여러모로 도움을 받아서, 그건 정말로 감사하고 있어. 집에까지 초대해준 것도, 깜짝 놀랐지만,

 카토가 나랑 친해지고 싶다고 생각해주어서 굉장히 기뻤고. 하지만 뭐라고 할까, 더이상 소풍에서 돌아오던 때처럼 실수하면 안된다고 생각했더니,

 점점 의식해버려서 긴장이 심해져가지고..."


 더듬 더듬거리면서도, 천천히 자그마하게 자신의 마음을 입으로 표현한다.

 그 말을 아스카는 진지하게 들어 주어서, 이윽고 토모코가 말을 끝내면, 불안해보였던 표정을 천천히 미소로 바꾸었다.

 그리고 무릎 위에 주먹을 쥐고 있던 토모코의 손에, 자신의 손을 얹었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토모코는 힘이 들어가 있던 몸이 조금만 편해지는것을 느꼈다.


 "딱히 그렇게, 신경쓸 필요는 없어. 나는 쿠로키를 귀엽다고 생각하니까, 쿠로키랑 함께 있고 싶을 뿐인걸? 민폐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고,

 소풍때도 오히려 선물을 받아서 럭키~ 정도로 느끼고 있었으니까."


 장난스럽게 미소짓는 아스카의 눈동자에서, 거짓이나 속임수 같은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본심에서 나오는 그 말에, 토모코는 간신히 지금까지의 '절대로 민폐를 끼치면 안 돼' 라는 긴장감이 사라졌다.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폭탄발언이 들린 것 같지만, 잘못 들었다는 것으로 무시.

 지금의 토모코에게는 이 이상 뇌에 부담을 줄 것 같은 생각은 할 수 없었다.


 "그, 그렇게 말해주면, 기뻐..."


 어떻게든 그 말 만큼은 짜내서, 후우 하고 탈력해 소파에 기댄다.

 지쳤다. 긴장감에서 해방되어, 피로가 확 밀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과자 하나 먹었을 뿐인데.

 소파에 뻗은 토모코를, 아스카는 쿡쿡 웃으면서 응시한다.


 "하지만 어떡하지? 식욕이 없으면 과자는 답례가 되지 않는구나?"


 느닷없이 나온 한 마디에, 토모코는 긴장이 풀려서 회전속도를 급속도로 떨어뜨리고 있던 머리를 어떻게든 움직인다.

 답례. 그러고 보면 이 과자가 답례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조금밖에 입을 대지 않았고, 아스카의 본심을 듣고 안심한 지금도 식욕은 돌아오지 않는다.

 단지 처음부터 답례같은건 필요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며, 다시금 그렇게 전할까 생각하던 참에.


 "쿠로키, 내가 무언가 해주었으면 하는 일은 없니?"


 아스카로부터 들은 말은, 어쩐지 들어본 기억이 있는 말.

 분명 이전 졸업식에서 토모코 자신이, 졸업해버리는 '그 사람' 에게 그렇게 물어봤다.

 그리고 분명, 되돌아왔던 말은.


 "무릎 베개도 괜찮은데? 아, 아니면 꼬옥 안아줄까?"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치면서 말하는 아스카는, 아마도 딱히 의미가 없이 그렇게 말했을 뿐이리라.

 그녀로서는 무릎 베개가 본론이고, 뒤의 제안은 그냥 덧붙였을 뿐이리라.

 그러나 토모코에게는, 지금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그 때의 광경, 그리고 감촉이.

 후자의 제안은, 토모코에게 무척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그, 그러면, 꼬옥 안아주는, 걸로."





 무심코 입밖에 꺼내고, 그로부터 아차 한다.

 무릎 베개는 전에 해주었으니까 허가받고 있을 뿐인데, 꼬옥 안아달라니, 참으로 뻔뻔스럽다.


 생각한 대로, 아스카는 이상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설마 정말로 꼬옥 안아달라고 요구받을줄은 모르고, 곤혹스러워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여, 역시 방금전은 농담"

 "좋아. 꼬옥 안아줄게."


 어, 하고 토모코가 중얼거림과 동시에, 아스카가 의자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다가와서, 토모코가 앉은 이인용 소파, 그 빈 자리에 앉았다.

 실제로 두 사람이 앉아보고 느끼지만, 이인용 치고 이 소파는 조금 좁다. 전차에서 옆자리에 앉았을 때 이상으로 거리가 가깝다.

 아스카는 토모코의 눈을 똑바로 응시해온다. 주변에 두르고 있는 향기는, 아스카가 뿌리는 향수일까.

 화려한 인상의 그녀에게 잘 어울리는, 조금 강하지만 달달한 향기. 하지만 싫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는다.


 "그러면, 꼬옥 안아줄게."

 "아, 으, 응."


 스스로도 얼빠진 대답 이라고, 머리속 어딘가 냉정한 부분이 남의 일마냥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몸은, 눈앞의 아스카의 움직임에 집중하고 있다.

 그녀의 몸이 보다 가까워져서, 토모코는 무심코 다시 몸이 굳어진다. 꼬옥 하고 안기는 거니까, 몸을 밀착시켜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다.

 알고는 있지만, 토모코는 방금전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긴장해서, 고동이 경종처럼 울리고 있다.


 아스카는 애태우듯이 천천히 두 팔을 벌려서, 그리고 토모코의 머리를 감싸듯이 껴안았다.


 '흐아아아아아!? 그렇게 껴안는거야!??'


 일찍이 이마에 선배가 해주었던, 친애를 표하는 것과는 다르다.

 이 안면을 가슴에 끌어안는 포옹은, 뭐라고 할까, 연인끼리 하는 것 같은 그러한...

 토모코의 얼굴이 아스카의 쇄골에서 가슴 부근까지 감싸여서, 향수의 향과 아스카의 피부 감촉을 직접적으로 느낀다.

 뺨이 화르륵 뜨거워져서, 냄새와 부드러움으로 머리는 터지기 직전이다.


 "어때? 쿠로키, 꼬옥 안아봤는데."

 "아, 느, 니, 네. 기분 좋아, 요."


 기분 좋다니 변태같은 감상이구만, 하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그것 말고 표현할 방도가 없었다.

 어느새인가 아스카의 교복은 꽤나 대담하게, 세 번째 단추까지 열려 있어서, 토모코의 코끝은 아스카의 가슴과 직접 닿고 있다.

 비단처럼 부드러운 피부의 감촉을 맛보면서, 토모코는 자신의 기분을 진정시키는 것을 포기하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눈을 감았다.


 눈을 감고 시각을 차단하면, 다른 감각이 보다 민감해진다.

 촉각으로, 아스카의 부드러운 가슴과, 어깨너머 등에 돌려진 팔의 따스함을. 다시 강하게 안겨지는 감각은, 그러나 아픔을 느낄 정도는 아니고 기분 좋을 정도의 포박감.

 청각으로,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아스카의 조용한 숨소리. 귀를 간질이고, 뇌까지 녹여버릴 것 같은 리듬.

 후각으로, 향수와 그에 섞인 아스카의 땀냄새. 정말로 어떤 향수를 쓰는 건지, 땀냄새가 섞였는데도 불쾌감은 전혀 없고, 오히려 보다 페로몬같은 물질을 빚어내는 듯한.

 쭉 맡고 있으면, 여자로서 여자에게 느껴서는 안 되는 무언가를 느껴버릴 것 같아서.

 여기까지 왔으면 미각도 느껴두어야 할까. 유명한 만화가의 명언에 맛도 봐두자는게 있었을터. 아스카의 옥처럼 아름다운 피부는, 어떤 맛이 날까. 정말로, 진심으로 흥미가 생겨났다.


 '조금만이면 들키지 않으려나... 아주 조금만, 혀끝만이니까.'


 기분 좋음과 향으로 멍해진 머리로 생각해본다.

 자신의 얼굴은 코 아래부터 완전히 아스카의 가슴에 묻혀있어서, 저쪽에서는 토모코의 입가는 숨어서 안보일터.

 응, 안들켜. 아마도.


 결단을 내리고, 입술을 조금만 열고, 혀끝을 내밀어본다.

 혀끝을 모아서, 살짝 가슴의 피부를 핡아보았다.

 아스카로부터 반응은 없다. 조금의 떨림도 없었다. 정말로 깨닫지 못한 건가.

 그러면 조금만 더.


 방금전은 스치는 정도의 접촉이었지만, 이번에는 조금 대범하게, 혀끝을 제대로 피부에 대본다. 그럼에도 아무런 반응도 없다.

 혀끝만이 아니라, 혀 전체도 사용해 피부를 스윽, 하고 핡아본다. 생생하니 탄력있는 피부의 감촉에, 아주 조금 땀의 짠맛도 섞인, 복잡한 맛이었다.

 맛있다는 감각은 들지 않는다. 단지, 좀 더 핡고싶어지는듯한. 비유하자면, 아기가 엄마의 젖을 응석부리며 먹고 싶어하는 기분을 잘 알 것 같은 그러한.

 그런가 이것이 모성


 "응, 앙♪ 간지러워, 쿠로키♪"


 그 목소리에, 토모코는 갑자기 냉수가 끼얹어 진듯한 전율을 느꼈다.


 '잠깐 있어봐, 지금까지 나는, 뭘 한거지?'


 들켰다. 아니, 들키고 있었다. 당연하다, 눈치채지 못할리가 없다.

 일분 전의 자신을 때려눕히고 싶은 감정에 사로잡히지만, 저질러버린 일은 이제 어떻게도 할 수 없었다.

 뇌내가 혼란을 반복해서 진공상태에 빠진다. 여기서 어떻게 얼버무릴까, 얼버무릴수나 있는가 싶은 이 상황.


 "호흡도 굉장히 거칠어져 있었는데, 내 냄새, 뭔가 이상했니?"

 '그런 짓까지 했던거야!?'


 이게 무슨 일인가. 아스카의 피부를 맛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무의식중에 전력으로 냄새를 맡고 있었던 모양이다.

 더는 변명의 여지도 없었다. 나는 동급생에게 모성을 느껴서 욕정하는 변태다.

 열이 나고 있던 뺨은 지금은 핏기도 가셔서 창백하리라.


 "...미안, 해."

 "응? 왜 사과하니?"

 "아니, 그게... 이상한 짓을 해서."


 이상한 짓이라기보다 변태같은 짓이었지만, 아무래도 스스로 자백하는건 주저된다.

 그럼에도 아스카에게는 자신이 한 짓은 전부 알려져 있고, 변태소리를 들어도 이상하지 않다.


 '쿠로키는 변태였구나♪' 정도라면 아직 괜찮지만,

 '쿠로키 지금까지도 그렇게 느낀거니? 변태구나, 기분나빠.' 라는 소리라도 듣는 날에는, 간만에 자살하고 싶어지리라.


 결국 어떤 말을 듣게 되는 것일까. 몸을 떨면서 기다리지만, 한동안 아무런 말도 해오지 않는다.

 오히려, 제대로 껴안겨 있다. 저런 짓을 당했다면, 껴안기는 커녕 밀쳐내도 이상하지 않은데.

 무슨 일이지? 하고 조금 침착해지고 보니, 귀에 들려오는 가벼운 소리. 흥흥, 하고 머리 위에서 들려오는 소리.


 "후후, 쿠로키는 이런 냄새구나."

 "네엣!?"


 아스카가 토모코의 머리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고 있었다.

 어, 어째서!? 그렇게 침착해지고 있었을 터인 머리가 다시 혼란에 빠져간다.

 애시당초 어제 머리 감았던가? 분명 욕조에는 들어갔지만 전신 제대로 씻었는지는...

 그런 동요도 모르는지, 아스카는 아직도 토모코의 머리 냄새를 맡고 있다.


 "응. 이상한 향기구나. 하지만 쭉 맡고 싶어지는 느낌이야. 쿠로키의 마음도 알 것 같아."


 나는 그토록 모성을 느끼고 있었는뎁쇼!?

 크게 목소리를 내서 말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더 부끄러워질 뿐이라서 말하지 않는다.

 대신에 하나, 의문으로 생각하던걸 묻는다.


 "저기, 그게... 화나지 않아?"

 "어~ 왜? 아기같아서 귀엽다고 생각했어."


 조심조심 확인해 보지만, 예상밖의 대답이.


 '뭐? 아까전에는 환청이라고 생각했지만, 이 사람 정말로 나를 귀엽다고 말한건가. 즉 갓난아기 같아서 귀여우니까 내버려 둘 수 없다는 거야?'


 그러니까 무릎에 침을 흘렸을 때도, 아기같다고만 생각했으니까 귀엽다고 느낀건가?

 복잡한 기분이 드는 토모코. 그러나 그 진상을 묻기 전에.


 "아, 하지만 꼬옥 안아준다고는 했지만, 핡아도 좋다고는 말하지 않았구나."


 확실히 그렇지만.

 다시금 말로 들으면, 자신이 얼마만큼 변태였는가 들이대진 기분.


 "미, 미, 미안해. 기세를 타고, 변태가 됬었어."


 어쨌든 사과하는 수밖에 없다. 괜히 변명하다가 문제가 커진다.

 무릎을 꿇기는 커녕 넙죽 엎드려서 사죄하고 싶었지만, 껴안겨 있는 상태이므로 그것도 할 수 없다.

 판결을 기다리는 피고인의 마음으로 조용히 아스카의 말을 기다린다. 이윽고 들려오는, 응, 이라는 중얼거림.


 그리고 토모코의 뺨에, 아스카의 가느다란 손이 닿는다. 눈밭처럼 하얀데, 손가락 끝까지 따스해서, 어쩐지 편안해지기 시작한다.

 깨닫고 보면 껴안기고 있는 대신에, 아스카의 왼손이 토모코의 오른쪽 뺨에 살며시 닿아서, 아스카의 왼손은 토모코의 뺨에 대고 있었다.

 그 왼손을 스윽, 하고 위로 올린다. 자연스럽게, 토모코의 얼굴도 동시에 위를 향한다.

 그 앞에 있는건, 변함없이 상냥한 미소를 짓고 있는 아스카의 얼굴.


 "응. 그러면, 답례를 받도록 할까...?"


 아스카의 맑은 눈동자가, 토모코의 눈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시선을 돌리는 것도, 얼굴을 돌리지도 못하고, 단지 아스카의 눈동자에 넋을 잃을 뿐.


 "다, 답례...?"


 어떻게든 짜낸 목소리에, 아스카가 호응하듯이 수긍했다.


 "내 몸, 맛있었니?"


 어, 하고 작은 목소리를 낸다.

 아니 분명히 맛도 봐두자는 식으로 생각해서 아스카의 피부를 핡아버린건 사실이지만.

 그 말투면 변태스러움이 보다 강해진다.

 긍정도 부정도 못하고 곤혹스러워하고 있자니, 아스카는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러면 답례로, 나도 쿠로키의 맛을 알고 싶은걸."


 두근, 하고 자신의 심장이 크게 고동치는걸 알았다.

 아스카의 왼손은 토모코의 얼굴을 한층 들어 올린다.

 그뿐만이 아니라, 아스카의 얼굴 자체가 점차 가까워지고 있다. 이대로는 얼굴끼리 닿아버릴 정도로.


 "싫어?"


 이미 서로의 얼굴밖에 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서.

 아스카는 그렇게 물어왔다.


 여기까지 오면, 토모코라고 해도 무엇을 묻는지 안다.

 단지, 왜 이렇게 되었을까. 답례를 받으러 왔을 뿐인데, 어째서 이런 사태가?

 애시당초, 아스카는 왜 이런 행위를 해오는 걸까. 토모코를 귀엽다고는 말했지만, 이러한 감정으로 말했던 건가.

 그렇다면, 그건 언제부터? 소풍때 상냥했던 것은, 아니 그 이전에 상대해 주었을 때부터인가.


 의문은 아무리 생각해도, 끝이 없다. 토모코가 보자면, 그정도로 갑작스러웠다.

 그와 동시에, 이건 몰래 카메라나 그런 거라서, 거실 밖에서 '대성공!' 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들고 대기하는 사람이 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도 든다.


 단지, 그렇다 할지라도.


 "싫지, 않아, 요..."


 토모코에게, 거부한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없었다.





 아무런 말 없이, 조용히 얼굴이 가까워진다. 뺨과 턱에 닿고있던 아스카의 손은, 토모코의 양 어깨에 놓여져 있다.

 눈을 뜬 채로 하는건지 감아야 하는 건지 갈피를 잡지 못하다가, 아스카의 눈이 감겨져 있는 것을 깨달고, 똑같이 한다.

 이윽고 입술에 닿는, 생생하니 부드러운 감각. 손톱을 신경쓸 정도이니까, 입술도 평소부터 손보고 있는 것이리라.

 아무런 케어도 없는 자신의 입술은 갈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토모코는 갑자기 부끄럽게 생각했지만, 이제와서는 늦었다.

 이미, 입술과 입술이 서로 닿고 있으니까.

 서로에게 누를 뿐인 키스. 과연 아스카라고 해도, 그 입맞춤은 서투른 것이었다.

 어쩌면 보는 것처럼 경험이 풍부해서, 질척질척하니 녹아버릴지도, 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후훗."


 입술을 떼고, 얼굴이 떨어지면, 아스카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웃었다.


 "사실은 처음이었는데, 어땠어? 괜찮게 했으려나."

 "어, 아, 그렇구나."


 의외라면 의외였다. 성격은 상냥하고 엄마같다고 해도, 외견은 더없이 화려한 여자인 아스카.

 비처녀여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사실은 이게 첫 키스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더욱이, 여자 아이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첫 번째 상대가, 동성이며 인간으로서 순위도 다른 자신같은게 선택받은 이유를 모르겠다.


 '그건가? 이 사람 진성 레즈였지만 밝힐 수 없어서, 나같은 사교성이 부족한 녀석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었다던가?'


 그거라면 있을법하다. 아니, 다른 이유를 생각할 수 없었다.

 아스카는 사실은 동성에게만 욕구를 느끼는 성벽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그것을 커밍아웃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던 참에 토모코라는 쉬워보이는 녀석을 발견했다.

 사교성이 부족하니까 들이대면 간단하게 함락시키고, 교우 관계도 대단하지 않으니까 버려도 귀찮지 않다. 그런 계산으로, 토모코를 상대하게 되었다.

 스스로도 이치에 맞는 생각이라고 느낀다. 그렇지 않으면, 아스카가 이때까지 토모코에게 묘하게 상냥했던 태도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응, 이게 틀림없어. 토모코는 확신했다. 그리고 눈치챈다.


 '뭐 사실은 그런거겠지만, 그래도 좋으려나...'


 아스카가 자신에게 상냥한 것은, 그녀의 욕구를 채우기 위한 계산이었다 할지라도.

 아스카의 욕구가 채워지면, 자신은 필요없어지는 정도의 존재였다 할지라도.

 그럼에도 아스카가 토모코를, 지금은 필요로 해준다면. 그래도 좋다고, 생각해 버리는 것이었다.


 '아~ 이런 사고회로에 빠지는 여자가, 가벼운 남자에게 먹히고 버려져서 싱글맘이 되고는 하는 거겠지.'


 잡지나 TV에서도 가끔씩 눈에 들어오는, 연애뇌에 빠져서 자신의 인생을 터무니없는 방향으로 가져가버린 여자.

 바보같은 녀석이라고 냉소하면서 보고 있었지만, 설마 자신이 그 당사자가 될줄이야.

 아니, 여자끼리니까 싱글맘 엔딩은 없지만.

 멍한 머리로 그런 바보같은 망상을 하면서, 시선은 쭉 아스카의 얼굴, 그 입술을 응시하고 있었다.

 시선을 눈치챈 아스카가, 조금만 고개를 돌린다. 긴 머리카락에 가려져서 표정은 볼 수 없지만,

 그 사이사이에서 보이는 새빨개진 귀가, 무엇보다도 그녀의 감정을 말해주고 있었다.


 "그렇게, 뚫어져라 보면, 부끄러워."


 평소의 밝은 목소리도, 상냥하지만 똑똑히 들리는 목소리도 아니다.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법한 작은 목소리.

 이건 부끄러워하고 있는 건가? 그 카토 아스카가, 나같은거랑 입맞춤을 하고, 심지어 부끄러움에 얼굴을 붉히고 있다.

 학교에서 보는 것과는 전혀 다른, 아스카의 표정.


 '쩐다, 야해.'


 너무나 레어한 아스카의 부끄러워하는 얼굴에, 토모코는 꿈틀꿈틀 욕정이 부활하는 것을 깨닫는다.

 아까 저질러버린 피부를 맛보았을 때의 반성은 어디로 갔는지, 토모코는 이제 아스카의 입술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살짝 핑크색, 립밤의 색일까. 입을 맞추기 전보다, 살짝 젖어있는 것 같다.

 저게 바로 조금전, 자신의 입술과 닿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다.

 꿀꺽, 하고 침을 삼킨다. 그 소리를 깨달은 아스카가, 빨개진 얼굴 그대로 물어본다.


 "있잖아, 한번 더 해볼래?"


 말하는 대신, 수긍한다.

 수긍한 순간, 입술에 닿아오는 감촉.


 "믑, 으."


 난폭함조차 느껴질 정도로, 기세에 맡긴 입맞춤에, 토모코는 놀랐다.

 방금전까지 느긋하던 아스카의 분위기는 자취를 감추고. 등에 둘러진 팔에는 힘이 들어가서, 마치 결코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말하듯이 토모코를 껴안는다.

 혼란에 빠지지조차 못하고 전신을 흐름에 맡기고 있자니, 입술에 새로운 감촉이. 톡톡, 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입술을 건드린다.

 그게 아스카의 혀라고 깨달는데는 몇 초가 걸렸다.

 그러나 왜 그런 일을 하는걸까? 기능이 완전히 정지하려는 토모코의 뇌로는 이해할 수 없다.

 한동안 톡톡 계속 두드리던 아스카였지만, 이윽고 애가 탄다는 듯이, 이번에는 혀로 토모코의 입술, 그 사이에 닫혀진 위와 아래의 사이를 훑듯이 핡아온다.

 그리고 꽤나 강하게, 그 사이를 억지로 열려고 하듯이 혀를 눌러온다.


 '아아, 입을 열라는 건가.'


 거기까지 당해서야 간신히, 억지로 열려고 하는것 같다는게 아니라, 실제로 아스카가 토모코의 입을 열려고 한다는 거라는데 생각이 미친다.

 딱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생각하지도 못하고, 토모코는 입술을 벌린다.


 "읍, 극"


 순간 입안에 침입해오는 아스카의 혀. 미끈거리는 감각이 토모코의 혀를 핥고, 달라붙어 온다.

 반사적으로 자신의 혀로 밀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아스카의 혀는 강하게 얽혀와서, 정말로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러고보면 생각해본적도 없지만, 아스카는 여고생 치고는 꽤나 키가 크다. 그리고 자신은 꽤나 키가 작다. 즉 힘으로는 우선 이길 수 없다.

 그렇다는 것은, 아무리 노력해도 토모코의 힘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하는건 불가능하다.

 아스카가 만족할 때까지, 좋을대로 입안을 유린당하는 수밖에 없었다.


 아스카의 혀가, 토모코의 혀를 핥고, 빨고, 맛본다. 입안을 침범해 온다.

 입가로부터 흘러나온 침이, 주륵, 하고 아래로 흘러 내려간다.

 질척하니, 열기를 띤 물소리가 조용한 거실에 울려퍼진다.

 입안을 침략자에게 좋을대로 유린당해, 호흡이 괴로워진다. 코로 필사적으로 호흡하려고 하지만, 거친 키스에 제대로 숨을 쉴 수 없다.

 아스카에게 키스당하고 있다는 흥분과, 제대로 호흡을 할 수 없는 산소 결핍. 점점 의식이 흐릿하니 안개가 끼어간다.


 "...푸핫."


 이윽고, 길고 긴, 그야말로 토모코에게 있어서는 영원처럼 느껴진 시간이 지나고.

 간신히 아스카가 입을 떼었을 때에는, 토모코는 이미 전신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눈에는 눈물이 고이고, 입가에서 침을 흘리며, 호흡은 후우후우 하고 필사적이라서.

 떨어져가는 아스카의 혀와, 토모코의 혀 사이를, 침이 다리를 놓는다. 조명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투명한 다리, 그 반대편에는 새빨갛게 얼굴을 물들이고 황홀한 표정의 아스카가.

 흥분과 산소 결핍으로 기절할 것 같았는데, 아스카의 얼굴이 멀어져 버리는 것에, 말할 수 없는 쓸쓸함, 애절함을 느낀다.

 그리고 거리의 한계를 맞이한 다리가 끊어지고, 아스카도 간신히 끌어안고 있던 팔을 풀어서 토모코를 해방시킨다.


 한번 더.

 토모코에게 조금만 체력이 남아 있어서, 앞으로 조금만 냉정함을 상실했다면, 그렇게 졸랐을지도 모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토모코는 더는 입도 꿈뻑할 수 없을 정도로 소모하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약간의 수치심은 남아 있었다.


 "어땠니? 쿠로키. 어른의 키스를 한 감상은."

 "아... 으아..."


 어땠냐고 물어도.

 한참 혀를 농락당한 탓에 제대로 말을 꺼낼 수 없고, 뇌도 끈적끈적하니 녹아내렸다.

 그렇게 주장하고 싶어도, 주장해야하는 기관이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불가능하다.

 단지, 아스카에게 입맞춤을 받고, 혀가 들어와서, 한참 입안을 맛보여져서, 기분 좋았다.

 그리고 키스가 끝나버려서 유감스럽게 느끼고 있다. 이것 또한 사실이었다.


 "후후. 말도 안나올 정도로 흥분해버렸니? 미안해."


 붉어진 얼굴이 점점 원래대로 돌아가면서, 아스카는 머리를 쓰다듬어 온다.

 그 만족감에 몸을 맡기고, 토모코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되살아나는, 아스카의 입술의 감촉. 혀의 뜨거움.


 '혹시나 이거, 꿈 아니야? 터무니없이 변태같은 꿈이잖아.'


 현실감이 없어서, 토모코에게는 지금까지의 전부가 꿈이었던게 아닐가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래도 좋다고 생각한다. 좋은 꿈이니까, 오히려 깨어나지 않았으면 싶다.

 깨어나면 그곳은 현실이고, 아스카와 자신의 관계는 지금까지와 마찬가지.

 이토록 기분 좋은 일을 알아버렸는데, 이제와서 현실로 돌아가다니 견딜 수 없다.

 머리로 아스카의 손의 따스함을 느끼면서, 토모코는 멍하니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고, 십분 정도 지나서.

 간신히 사고가 현실로 돌아와서, 지금까지의 전부가 사실이었다고 이해하는 토모코.


 "... 아, 저, 저기."

 "왜? 쿠로키."


 쿡쿡 웃는 아스카에게, 그러나 토모코는 그 이상의 말을 이어갈 수 없다.


 어색했다. 애초에 아스카는 그런걸 느끼지 않는 모양이지만.

 그럼에도 토모코는, 어떤 얼굴로 아스카와 마주보면 좋은지 몰랐다.

 동성간의 키스. 심지어, 틀림없이 토모코는 아스카에게 흥분하고, 기분 좋다고 느껴가면서.


 "어, 저기, 미안?"

 "왜 사과하니?"


 웃으면서 지적당하니, 다음 말이 나오지 않는다. 토모코도 의미가 있어서 사과한건 아니고, 어째서인지 사과해버렸을 뿐이다.

 어떻게든 머리 속을 정리하고 정리해서 생각해, 그럴듯한 이유를 말로 꺼낸다.


 "그게. 저기. 나같은게 첫 키스 상대라서."

 "그, 러, 니, 까. 나는 쿠로키를 정말로 귀엽다고 생각하고, 오히려 쿠로키가 상대라서 굉장히 좋았어, 기뻤는데?"


 좀처럼 알아 듣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 반복해서 설명하는듯한 아스카의 말투.

 그럼에도 토모코의 마음에 남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미안함.


 "하지만, 저기."

 "아~앗 정말! 쿠로키는 정말, 귀엽구나아!"


 우물쭈물 말을 꺼내자니, 갑자기, 아스카가 커다란 목소리를 내고 토모코의 머리를 껴안았다.


 "읍!?"


 어라, 어쩐지 데쟈뷰가.

 기시감이 드는 현 상황에, 그러나 토모코의 생각보다 빨리, 아스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쿠로키. 그렇게 나같은게, 같은 식으로 생각하지 말아줘. 몇 번이고 말하지만, 나는 쿠로키를 귀엽다고 진심으로 생각하니까, 쿠로키랑 친해지고 싶은 거거든?"


 그리고 턱을 들어 올려져서, 아스카를 향하게 된다.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점도, 쿠로키 다운걸지도 모르지만. 나는 쿠로키를, 좋아해."





 그 다음의 일은, 잘 기억나지 않았다.


 아스카에게 이끌려서 가까운 역까지 배웅받은 것 같다.

 이러니 저러니 해서 라인 번호도 교환한 것 같다.

 헤어질 때, 내일부터도 잘 부탁해, 라는 말도 들은 것 같다.


 단지 토모코는 정신을 차리고 보면 자신의 방 침대에 드러누워서, 시간은 이미 오후 일곱시가 되려는 상황이었다.


 저건 정말로 현실이었을까?

 아스카와 키스를 나눈 뒤에도 그렇게 생각해서, 얼마간 지난 뒤에야 현실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자신의 공간에 돌아와서, 아스카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에 오고보면.

 결국 저건 자신의 망상이 아니었던걸까 싶어진다.


 사실, 전부 토모코의 망상이었다는 편이 현실감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 제일의 미소녀에게, 자신같은 아싸가 집에 초대받아서.

 답례라면서 키스를 받았다. 그것도 두 번. 두 번째는 혀까지 들어와서.


 귀엽다는 소리도 들었다. 좋아한다는 말도 들었다.

 뭐야 이 미소녀 게임? 아니면 무난한 연애물? 그렇게 생각하고 싶어지는 전개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난 일이다. 키스받은 것도, 좋아한다고 들은 것도.


 '이건, 안되겠군.'


 키스도 꽤나 타격이 컸지만, 좋아한다는 말을 들어버린게 치명타였다.

 정말로 그녀는 자신을 좋아해주고 있는 걸까? 혹시 그렇다면, 정말 굉장히 기쁘다.


 '안 돼 안 돼. 그렇게 나 좋을대로 생각하면 절대로 안 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스카가 자신같은걸 좋아하게될 도리가 없다.

 굳이 이유를 생각해 보자면, 역시나 아스카는 처음부터 레즈라서, 쉬워 보이는 토모코를 낚아봤을 뿐이라던가.

 질릴때까지 가지고 놀다가, 만족하면 쓰레기통. 그럼에도 좋다고 생각해버리는 본능과, 그런 우등생에게 이용당할 뿐이라니 절대로 싫잖아! 라고 외치는 이성.


 '안 돼, 안 돼 안 돼 안 돼, 이 감정은.'


 토모코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감정.

 자신이 이미, 아스카를 좋아하게 되어 버렸다는 감정.


 부풀어오르기를 멈출 줄 모르는 마음에 억지로 뚜껑을 덮고, 토모코는 침대에서 일어난다.

 어쨌든 진정하자. 이제 곧 저녁밥 시간이니까 거실로 가자.

 그리고 평소처럼 남동생을 골려먹자. 그렇게 하면 평소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다.

 내일은 학교에서 아스카와 만나도, 평소처럼 주뼛주뼛한 자신으로 있을 수 있으리라.

 뭐가 잘못되어도, 사랑에 빠진 소녀같은 태도는 취하지 않으리라.


 그렇게 결의하고, 자신의 방을 나오려고 문에 손을 대었을 때, 기계적인 진동음이 귀에 들러왔다.

 눈을 돌려보면, 책상에 내버려둔 스마트폰이 떨고 있다.

 스마트폰을 들고 확인한다. 라인의 새로운 메시지였다.


 "쿠로키, 오늘은 여러가지로 고마워."

 "평소에는 좀 더 이모티콘 같은걸 사용하지만, 쿠로키는 그런거 곤란하려나 생각해서, 평범하게 할게?"

 "그래서, 만약 괜찮다면. 또 우리 집에 와줘. 겉치레 말이 아니다?"

 "이번에는 제대로, 과자랑 차를 내줄테니까."


 "아아, 하지만."

 "쿠로키는, 과자보다 내 입술이 좋으려나?"


 전문을 확인하기를 끝내고, 후우, 하고 한숨을 내쉰다.


 나 참, 어떡하나.

 아스카를 좋아한다고 자각하고 싶지 않아서, 무리하게 머리속에서 떨쳐내려고 했는데.

 이제와서 이런 메시지를 보내다니, 의식하지 않으려는게 무리다.


 두근두근 계속해서 빨라지는 고동. 아무것도 안하는데 땀나는 이마. 스마트폰을 쥔 손은 떨리고, 마음은 도저히 진정되지 않는다.

 눈은 스마트폰의 화면을 보고 있으면서도, 머리 속에 있는건 아스카의 미소짓는 얼굴, 그리고 입술과 혀의 감촉.


 이런 상태로는 오늘은 진정하기는 커녕 잠이나 잘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내일은 어떤 얼굴로 아스카를 만나면 좋은건지. 말을 걸어온다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리고 무엇보다도, 당장의 문제.

 이 아스카에게 받은 라인에, 어떤 대답을 보내면 좋은걸까.

 이미 뚜껑으로 눌러 덮을수도 없는 가슴의 고동을 느끼면서, 토모코는 방도를 찾으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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